한국영화 표상의 지도

오늘 서평을 쓸 책은 <한국 영화 표상의 지도>이다. 책은 제목처럼 한국 영화 표상의 역사라고 할까, 표상의 흐름이라고나 할까. 즉, 한국 영화에서 주쇼 소재의 변화와 그 의미의 변화에 대한 기록이다.

그런데 사실 이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 책을 받고 놀랬다. 그 책의 분량이 어마무지하게 방대하였기 때문이다. 요즘 자주 보이는 책들과는 다르게, 글씨도 많고 거의 600페이지에 달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정관정요>라는 책보다 양이 더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책은 정관정요란 책이 더 두껍지만, 이 책의 글씨가 더 촘촘하고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여 거부감은 갖지 마시라.

이 책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즉, 순서 상관없이 읽어도 된다는 것이다. 영화가 기반이기도 하지만, 영화 소재(표상)별로 되어 있어, 아무 곳에서 읽어도 괜찮기 때문이다.

[한국영화표상의 지도] 이 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영화의 소재(표상)가 되었던 것들을 5가지 "가족, 국가, 민주주의, 여성, 예술" 영역으로 살펴보면서, 한국의 영화속에서 표상의 변화를 통해, 그 대상에 대한 사회와 대중의 인식 변화와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첫번째, "가족"이라는 표상을 "어머니, 아버지, 오빠, 누이"로 분류해, 영화를 통해 모성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어머니라는 호칭의 변화와 인식을 통해 보여주며, 영화에서 아버지의 존재와 그 역할 그리고 장자 우선의 인식과 관련된 오빠라는 호칭, 또한 영화에서 보여주던 딸의 역할 변화를 통해, 시대적인 인식의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두번째, "국가" 한국의 분단 특성상 냉전시대와 식민지시대 그리고 주변 강대국들에 대한 인식이 영화에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통해 그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본이라는 국가를 대상으로 표현한 영화들을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다. 또한 영화의 흐름으로 보니 미국과 북한에 관한 표상의 변화도 흥미로왔다.

세번째, "민주주의"에 대한 주요 표상은 "3.1운동, 4.19혁명"이 주로 영화로 표헌되었으나,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아마 이는 그 시대의 분위기 상 어쩔 수 없었던 것 같고, 20세기까지 제대로 재현한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식은 "1980년대 광주"부터라니, 민주화국가라는 이름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이에 한국영화에 대중의 정의와 법치주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영화의 흐름으로 알 수 있었다.

네번째, "여성"이라는 존재의 인식이다. 현재는 그나마 인식이 좋아졌지만, 영화로 봤을 때, 여성이라는 존재는 천대와 멸시, 무시 그리고 때로는 보호와 때에 따라서, 버려지는 소모품같은 존재처럼 한국 영화에서 표현되곤 한 것 같다. 이런 영화의 단편적인 흐름을 통해, 우리 영화 속에서 여성이란 존재의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다섯째, "예술"을 각 세대 당시에 어떻게 표현하려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나운규, 이상, 이중섭, 이광수가 소환된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이 책의 짧은 소개는 이쯤으로 하고, 오랜만에 책을 참 오랜시간 읽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는 지극히, 장단점이 분명한 것 같다.

장점이라면, 영화에 대한 인문학적 요소가 너무 강해, 영화공부나 영화와 시대상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딱이다. 한권으로, 한국영화의 흐름을 개략적으로 나마 훑어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단점은,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책이 인문서적이기에 좀 딱딱한 것이지만, 사실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책 안에는 한국 영화 흐름과 변화에 대한 참 유용한 정보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책을 천천히 읽는다면, 이 한권으로 영화역사는 물론 한국의 시대 흐름을 한번에 볼 수 있을 것이다.